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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다


하나, 사람이 보여서 그것만으로 보게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내가 덜 자란 사람이어서인지 '성장'이 포함되어있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예를 들자면, '패떳'이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한다는 인상이라면, 방송 자체로서의 완결성은 조금 떨어져도 '오빠밴드'는 그 안에서 개개인의 성장이 담겨있어서 좋았다. 그 안에도 이미지의 소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의 그들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이 보다 풍부하다고 해야 하나. 방송에서 드러내놓고 보여주진 않았어도 문득 문득 그들의 일상이 느껴지기도 하고, 또 관계도, 음악에 대한 마음도 자라는 것이 보여 시간이 있을 때는 늘 TV로 지켜보곤 했는데, 오늘 그 짧은 여정을 마치는 것을 보았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새삼 새로운 면면을 발견하게 된 사람들이 있어서일까. 그저 하나의 프로그램이 끝난 것뿐인데 마치 내가 그들과 헤어지는 것처럼 여러 감정들이 생겨났다. MBC가 지금처럼 몰리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들에게 조금 더 시간을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언젠가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되려나. 제대로 그들이 준비한 콘서트에 가는 순간이 올까. 정모君의 말처럼 끝이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도, 음악적인 길에서도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 되길 바란다.

둘, 어제 소국들이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얼마만에 받아 본 꽃인지. ^^;; 선물이 그렇지만, 특히 내게 있어 꽃은 그것을 보낸 이의 마음을 가장 잘 전해주는 것이라서 나를 무척 행복하게 만든다. 확실히 가을이라서인지 국화류 꽃들이 주는 소박하고도 은근한 화려함은 마음을 반짝이게 한다. 다발째 그대로 묶어 책상 옆에 두고 바라보고 있자니 그 아름다움의 힘이 내게 전달되어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인공적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긴 해도, 땅의 기운을 받고 하늘 아래 자란 것들이라 그 기운이 생생하다. 지금, 나도 누군가에게 하느님으로부터 전해받은 생기를 전하고 있을까. 당장의 눈 앞의 이익을 따라가는 데에만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그리하여 지친 마음과 몸으로 인해 정작 보듬어안아 할 사람들과 해야 할 일들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네. 올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새삼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스쳐간다. 

셋, 요즘 부쩍 나이가 든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EBS에서 하는 일요극장을 볼 때 그 마음이 더 살아난다. 오늘은 동생이랑 같이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오는 <Natural>을 봤는데, 한창 영화보러 다니던 어린 시절에, 홀로 극장에서 본 영화였거든. 중학생이었던가, 암튼 대한극장에서 개봉하는 이 영화를 혼자 가서 보았던 기억이 났다. 한때(어릴 때^^), 로버트 레드포드를 좋아했거든. 전형적인 헐리웃 스타일의 영화지만 시대적 배경도 좋았고, 야구가 주제인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마음에 들었었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생각해보니, 내가 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느끼며, 많이도 걸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느 사이 이만큼 흘러온 것일까. 그 안에서 나는 과연 성장했을까. 내 그릇은 갖가지 색의 사람들을 품을 수 있을만큼 깊고도 넓어졌을까. 학교때 바랐던 것만큼 고요함을 간직한 사람이 되었을까. 


오늘은 아마도 그런 날인가보다. 마음이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미래로 정신없이 이동하며 흔들리는 그런 날. 공연히 산란하고 생을 돌아보게 하는 날. 아니면, 겨울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가을의 어느 날이기 때문인지도....그런 흔들리는 마음 사이로 위로가 되는  말씀.

"그리스도께서 여러분과 함께!!"



  


by 모니카 | 2009/10/25 19:16 | Miss. Vertigo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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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샨티지나 at 2009/10/26 03:26
저는 띄엄띄엄 봤는데ㅡ
그래도 뭔가 늘 궁금하고 그랬거든요~
오빠밴드.
시청자들과의 공감을 불러오는데는 실패?!했을지언정..
출연자들에게는 정말이지 잊지 못할 프로그램이었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그들의 콘서트는 짠- 하더군요ㅠ
Commented by 모니카 at 2009/10/26 19:53
그러셨군요.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다면, 연출이 연주력을 향상시키고 팀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두었다면 조금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시도 자체로는 참 좋았거든요.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공감을 얻는데 실패했지만, 말씀처럼 그 사람들에게, 그리고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오래 기억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어찌나 안타깝던지, 보면서 버라이어티 방송이라는 걸 잠시 잊고 봤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도로시 at 2009/10/29 00:57
난 대학가요제랑 마지막회 2번 봤는데, 첨부터 다시 보려구..
내가 악기를 해서 그런지 남다르지가 않더라.
나의 마음 한구석에도 밴드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거든.
특히 정모라는 아이 이쁘던데.. 그 기럭지에 기타를 치는 모습, 그 실력, 게다가 SM ㅋㅋ
아, 나도 내추럴 하는 거 잠깐 보고 참 반갑던데.. ^*^
Commented by 모니카 at 2009/10/29 06:23
언냐!! ^^

정모가 실력이 있으면서도 남성답고, 괜찮더라구요. ^^ 첫 회 생각하면 무척 많이 성장했다고 보는데, 중간중간 샛길로 샌 것이 시청률에 영향을 꽤 준 듯 해요. 근데 솔직히 당분간은 어떤 프로그램이 들어와도 그 시간 시청률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구요. 다시 쭉 이어 보세요. 나도 그렇고, 울 식구들은 음악을 좋아해서인지 괜찮아하며 봤어요. 내추럴, 감회가 새롭더라는...저걸 좋아라 하며 극장에서 봤다니, 이럼서....^^;;
Commented by 희안이 at 2009/10/30 11:53
오빠밴드 광팬이었던 나로선 폐지가 얼마나 아쉬운 일이었는지.
마지막 방송은 일이 있어 본방사수 못하고 다운받아 봤는데 보면서 울어버렸다죠. 나도.

그냥 오래가도 괜찮은 프로그램인데
시청률로 인한 이윤창출은 어쩔 수 없는 이유 같아요.
Commented by 모니카 at 2009/11/01 03:25
그렇게나 좋아했었구나...많이 아쉽지. 나도 이상하게 울음이 나더라. 눈물말고 울음이. 아마 우리 마음에 그 사람들의 마음이 와 닿은게 아닐가, 싶어. 안타깝고, 또 아쉽지만, 그게 오늘의 한국인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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